ZERO's Blog

첫 스타트업 3년, 그리고 회고….

첫 스타트업 3년, 그리고 회고….

첫 스타트업 3년, 그리고 회고….

블로그 DB를 날려 먹고 예전 포스트를 복구하던 중 첫 스타트업과 관련한 포스팅은 다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첫 스타트업이었기에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겁 없이 시작했던 어느 스타트업 회사의 이야기, 경험하며 느꼈던 제 개인의 생각과 실패담입니다.

막연한 시작


본인의 강성이었던 팀장으로서(그땐 왜 그랬을까요? ㅎㅎ) 관리 문제와 개인적인 오기와 자존심으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프로젝트팀을 뛰쳐나오고 무작정 사내 다른 개발 스튜디오로 팀을 옮겼으나 얼마 후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접히며 스튜디오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스튜디오의 많은 인력은 사내 여럿팀으로 전환배치 되는 와중에 스튜디오 일부 멤버들과 함께 퇴사하고 스타트업 준비를 하게 된다.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퍼즐게임 애니팡을 보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이나 만들어 볼까? 란 생각에 막연히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토타입용 하이퍼 캐쥬얼 몬스터팡 임시 일러스트

2012년 겨울, 멤버들과 함께 퍼즐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었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던 그리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지만 즐거웠던 첫 시작, 그렇지만 오랫동안 PC게임 개발만을 해왔던 멤버들의 모바일 게임 개발은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히 시작했기에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기란 어려웠다. 퍼즐 게임을 즐기지도,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기에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 후 퍼즐 게임 프로젝트는 접고 모바일 레이싱 게임을 만들기로 한다. 회사의 대표이자 디렉터의 성공한 레이싱 게임 개발 이력이 있어 가장 자신 있는 장르로 시작하자는 의견에 개발 방향을 바꾸게 된다.

몬스터팡의 초기 프로토타입
세계관과 스토리를 덧입혀 여러 가지 블록 디자인도 여러 번 변형되었다.
캐릭터화된 블록들의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캐릭터화된 블록들의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캐릭터화된 블록들의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가장 자신 있는 장르로 개발하자는 힘찬 의욕은 좋았으나 어떤 레이싱 게임을 만들지 방향을 잡지를 못 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타깃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크게 캐쥬얼 혹은 리얼이 될 수도 있고 초기 설정이나 세계관을 확립해야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정해진다. 개발을 진행하며 잠시 헤매더라도 목표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개발 진행에 있어 큰 차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디렉터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상황이 빈번히 연출되는 수직적인 구조도 문제였다.

기획서조차 없어서 수많은 컨셉의 스케치를 그려냈다.

우선시 했어야 했을 구성원의 잠재능력 파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스타트업 멤버들의 잠재능력 파악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중요한 선택은 물론 개발 방향을 잡기에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그 당시 모바일 레이싱 게임은 리얼한 자동차 모델링과 레이싱 경험을 선사하는 “리얼레이싱”, 현실적이고 멋진 자동차들이 등장하고 아케이드 느낌을 강조한 “니드포스피드”, 비현실적인 스피드감과 액션을 강조한 아스팔트가 주름잡고 있었다.

스타트업 멤버들의 인력과 능력 개발 소요 시간과 예산을 생각했을 때 쟁쟁한 레이싱 게임들과 경쟁하는 건 너무나 터무니없었고 비현실 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매드맥스, 애니메이션 레드라인과 같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이버 펑크의 세계관에 카툰 렌더링 방식을 제작하자고 의견을 냈다. 기존 레이싱 게임들과 컨셉을 차별화하고 개발 공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주제넘은 의견으로 미운털이 한동안 박혀있었다. 멤버들의 대다수가 스튜디오의 수직적 구조에 오랫동안 몸담아 일해왔던 탓인지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고 난 그런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일일이 참견했기에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시선이 좋을 리가…

수직적 구조에서 이런 상황을 정리할 사람은 오직 디렉터 뿐이었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았기에 스타트업 시작할때의 기대와 열정은 어느순간 하나둘 체념하게 되면서 나 또한 타성에 젖어 들어갔다.

3년동안 작업했던 컨셉들을 보면 참 뒤죽박죽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초기 버전, 오픈 버전보다 이때가 더 재미있었던 듯…

진행하던 일들은 항상 뒤집어지기 일쑤였고 처음엔 수월했던 수정작업도 뒤로 갈수록 벅차 모호한 세계관, 일관성 없는 UI, 부족한 콘텐츠와 BM 등 어느 것 하나 결과물은 좋지 못했다. 그리고 서비스 오픈후 곧 종료하게 된다. 첫 스타트업을 겪으며 느꼈던 가장 아쉬웠던 경험은 앞서 이야기했던 막연한 시작,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우선시 해야 했을 구성원의 잠재능력 파악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꿔 말하자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기”, “방향과 목표를 정하기”, “구성원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이 세 가지가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이 가장 우선해야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글재주가 없어 맛깔나게 정리하지 못한 듯 합니다. 그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최소한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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